방콕에서 그리는 마음의 놀이터

페인터 홍지민의 작업실

사시사철 생기로운 자연이 가득한 이국, 태국 방콕의 작업실. 작업실 한 켠에 놓인 캔버스 속, 이상한 파스텔 빛 숲에선 작가가 창조한 귀여운 캐릭터들이 뛰논다. 행복한 동화 속 이야기가 펼쳐지는 마음의 놀이터, 홍지민 작가의 작업실로 여행을 떠나보자.
방콕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는 작업실이네요! 작업실 소개 부탁드려요.
방콕에 와서 처음 살게 된 집이자 제 작업실입니다. 멀리 짜오프라야 강과 수목원이 보이는 탁 트인 전망이 마음에 들었어요. 방콕에 처음 도착했을 때엔 낯선 동네에 작업실을 두기 보다는 편안한 집이 작업하기에 좀더 안정된 느낌을 주는 것 같아 이 곳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 곳에서 작업한지 벌써 사 년 반 정도 됩니다. 팬데믹 상황이 지속되면서 해를 계속 넘기고 있네요.

이 작업실의 매력이나 좋은 점이 있다면?
제가 이 곳을 선택한 건 도시 안의 오아시스처럼 시원한 뷰와 따뜻한 햇살 때문입니다. 이 곳은 멀리 보이는 짜오프라야 강과 수목원이 있는데 그 곳을 바라보면 평온해지는 기분이에요. 공기가 좋은 날은 수목원 너머까지 보이는데 햇빛을 머금은 방콕은 참 아름다워요. 방콕의 햇빛은 강하고 따갑지만 작업하는 저에게 자연광은 정말 좋은 요소예요. 작품을 자연 채광 아래에서 그리면, 색이 달리 보여요.
 
방콕 생활은 어떠세요?
방콕생활은 친절하고 이해심 많은 사람들과 함께 아주 여유로워요. 타이 스마일이라는 얘기가 괜히 있는 게 아닌 것 같아요. 또한 보이는 곳곳이 푸르고 꽃이 피는 태국은 365일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에요. 그래서인지 자신의 행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태국은 바쁜 일상에 쫓기기 보다 좋아하는 것들을 찾아 편안하고 행복하게 사는 분위기가 있어요. 저도 자연스럽게 변화하는 것 같아요.

태국으로 거주지와 작업실을 옮긴 후, 이국으로부터 작가님이 받은 영향이 있을까요?
앞서 말씀드린 생활의 변화를 포함해서, 좀더 직접적으로 작품의 요소에 영향을 받기도 해요. 한국에서 흔히 보던 소나무 숲이 아니라 다양한 야자수 나무들을 보게 되고, 한국의 사계절이 다른 하늘색보다는, 태국 여름의 하늘색에 익숙해지고 있어요. 화려한 색깔의 날개를 가진 새와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큰 새들도 만나 볼 수 있어요. 이제는 제 작품들에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색의 꽃들이나 야자수, 동물들이 작품에 자연스럽게 등장하고 있어요.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업들은 어떤 것에서 영감을 얻으셨나요?
제가 진행하고 있는 작업은 ‘호와 친구들’ 캐릭터들이 사는 두번째 세상인 이상한 숲 속이 배경입니다. 어릴 적부터 마당과 산, 식물, 그리고 동물들에 많이 노출이 되었던 환경에서 받은 기억들이 지금 제 작품의 배경이자 공간의 단초가 되었어요.
초기에는 종이를 잘라 반복적인 선과 면으로 이루어진 추상적인 드로잉을 했는데, 언젠가부터 형태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형태들의 조합이 자연스럽게 지금의 캐릭터로 발전했습니다. 더불어 겹겹이 쌓은 색면들이 캐릭터와 어우러지는 작업으로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한국인으로서 한국적인 표현에 관심이 많아서, 한국의 민화, 단청과 패턴, 색에 흥미를 가지고 작업했습니다. 현재는 태국에 살면서 태국에서 받은 영감을 표현하고 있어요. 서로 다른 문화가 섞이고 어우러지는 양상이 흥미롭습니다.
 
캐릭터들에 이야기가 있다고 들었어요. 어떤 이야기인가요?
<호의 이상한 숲속 모험> 동화책을 출간했습니다. 가족여행을 나왔다 길을 잃은 호가 이상한 숲 속에서 친구를 만나 그들의 도움으로 따뜻한 집으로 돌아가 가족들을 다시 만나는 이야기입니다. 이야기 속 친구들이 모두 제 작품의 캐릭터들로 옮겨지고 있어요.
‘호’나 ‘샤인’, ‘소울러’ 등의 캐릭터 이름들은 영어나 중국어를 한국말과 접목한 거에요. 한국 이름도 좋지만 제가 외국에서 공부를 하고 한국에서 살면서 겪었던 자연스러운 문화의 결합을 이름에 적용하고 싶었어요.
제 캐릭터들은 대개 기억의 집합체로 이루어졌습니다. 대표적으로 ‘호’는 토끼의 귀, 강아지의 몸, 고양이의 꼬리를 가진 아이입니다. 제가 세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고 특히 꼬리의 경우엔 제가 키우는 애완묘의 꼬리와 같아요. 그리고 꼬리 끝에 달린 열매는 행복을 담은 열매인데, 부추 꽃에서 형태를 착안했어요. 제가 뒤뜰에 있던 부추 꽃을 특히 잘 가지고 놀았다는 이야기를 할머니께서 해주셨어요.
 
색면들의 구성과 배치가 눈에 들어옵니다. 화면을 구성하고 묘사할 때 중점 두는 사항들이 있을까요? 
화면을 구성할 때에 한국화와 민화에서 영감을 얻기도 해요. 학생이던 시절, 한국화 전시에서 십장생도를 발견하고 감탄했어요. 한국적인 풍경과 어우러지는 동물들의 조화가 흥미로웠어요. 또한 민화의 지극히 일상적이지만 자유분방한 느낌이 좋았어요. 이후 자연스럽게 제가 생각하는 세상과 결합하여 작업하게 되었어요.
신선의 세계에 십장생에 주어진 의미들도 좋았어요. 해와 달은 항상 빛을 비추어 주고, 산과 내는 변함이 없고, 소나무와 대나무는 강하고, 거북이와 학은 백세를 누릴 만큼 건강함을 의미합니다. 십장생도의 배경은 일종의 낙원이에요. 제 작품의 배경도 파라다이스이자 제2의 이상한 숲으로 설정했고,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특징들도 비슷합니다.
제 작품에서 색은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해요. 튜브에서 덜어 쓰기 보단 그때 그때 제 감정에 맞는 색을 다 섞어 쓰는 편이에요. 그러다 보니 똑같은 색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작품을 보시면 비슷한 팔렛트의 작품이 거의 없어요. 지금은 태국에서 생활을 하면서, 여기서 느끼는 색감을 표현하면서 작업하고 있어요.
 
홍지민, 10th landscape 열번째 풍경, 2017, Acrylic on canvas, 197 x 291cm
홍지민, Morning in Paradise, 2021, acrylic on canvas, 40 x 80cm
홍지민, Days in Paradise, 2020, acrylic on canvas, 120 x 80cm each, triptych
신작들이 12월 전시됩니다. 전시에서 강조하고 싶었던 내용이 있다면?
코로나 시국이 많이 진정된 요즘 저의 친구들이 만든 제2의 파라다이스로 관객 분들을 초대하고 싶어요. 그 동안 답답했던 상황들을 서로 위로하고, 가족, 친구들과 함께 하는 일상을 회복하고 있죠. 이처럼 호와 친구들의 이상한 숲 속에서 벌어지는 환상적인 일상을 함께 나누었으면 합니다. 호와 친구들이 함께 하는 곳, 작품의 풍경과 그들이 함께 만드는 이야기를 보시고 작품 안에서 여행하는 기분을 느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 해보고 싶은 작업이나 특별히 관심을 두고 있는 영역이 있다면?
지금까지는 회화에 집중해서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경주 솔거 미술관의 개인전을 통해 새로운 작업 환경에서 다양한 재료로 조각작업을 할 수 있었어요. 더불어 지금 준비하고 있는 프로젝트는 회화 속 세계관이 디지털 세계로 확장할 수 있도록 NFT를 준비중이에요. 12월 개인전과 함께 오픈하려고 합니다. 기회가 된다면 좀더 인터랙티브한 작업과 다양한 매체의 작업을 해보고 싶어요.
 
전시장면, Soulmates in Wonderland, 갤러리 아트딜라이트, 2019
홍지민, When It Blooms, 2020, acrylic on canvas, 70 x 100cm
홍지민, With You, It's a Paradise, 2021, acrylic on canvas, 70 x 90cm
LIUSHEN
LIUSHEN
홍지민
회화
1983년 서울 출생. 태국 방콕 거주, 방콕과 서울에서 활동.

2007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School of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회화과 졸업. 2012년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수료. 다수의 개인전 및 단체전 참가. 회화를 바탕으로 한 에니메이션 필름과 동화책을 제작하고, 최근 외부조형물과 NFT 아트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홍지민 작가는 십장생도와 같은 전통적인 민화의 소재와 화풍에 영감을 받아, 사시사철 변하는 한국의 풍부한 자연을 비현실적이지만 아름답고 익살스러우면서도 우아한 풍경화로 표현하였다. 반복된 선과 패턴, 다양한 색면으로 이루어진 배경 속에서 어린 시절의 기억을 바탕으로 창조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호, 샤인, 베어킨과 같은 캐릭터들은 가상의 생명체들이지만 점점 인격을 지니고 스토리를 갖는 개체로 거듭나고 있으며, 캐릭터들이 살고 있는 홍지민의 풍경화는 하나의 세계로 발전하고 있다.
2022년 이모먼트 바이 리우션이 기획하는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개인전
2022 BETTER TOGETHER, 갤러리 아트앤초이스, 서울, 한국, 기획 ㈜리우션 (예정)
2022 Play with Me, 경주엑스포 솔거 미술관, 경주, 한국
2019 Soulmates in Wonderland, 갤러리 아트 딜라이트, 서울, 한국, 기획 ㈜리우션
2017 Scenery of Mind : Four Seasons, 아트사이드 갤러리, 서울, 한국
 
단체전
2020 Under 200, 아트소향, 부산, 한국
2019 반짝이는 것들, 롯데호텔앤리조트 갤러리, 서울, 한국
2014 Daily Landscape, 더 컬럼스 갤러리, 서울, 한국
2013 Two Chairs, 우리은행 본점 , 서울, 한국
2012 니가 옮겨간 기억, GS타워 갤러리, 서울, 한국
2012 다형다채, 성북 전시관, 서울, 한국
2012 Dreaming in Color, 터치 아트 갤러리, 헤이리, 한국
2010 Hydrism, 갤러리모아, 헤이리, 한국
2007 Play Show, 본 화랑, 서울, 한국
2006 석사청구전,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 시카고, 미국
2006 프라하 미술대학 협업전, 프라하, 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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